10년만에 돌아온 포티셰드의 새앨범「Third」
Posted 2008/05/03 11:52, Filed under: 음악/ Album + Single
포티셰드, 10년 만에 더욱 세련된 트립합으로 돌아오다.
1998년 뉴욕 로즈랜드 벌룸에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라이브 앨범 「Roseland NYC Live」이후 10년 만에 스튜디오 앨범으로는 통산 세 번째인「Third」을 발표한 포티셰드의 인기가 재현될 것인가. 다운 비트 장르의 성격상 대중보다는 마니아 층에서만 향유되던 고급장르 음악인 트립합을 대중에게 한발 다가서게 만든 음악사적 가치는 평론가들의 입이 아닌 음악을 들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귀에서부터 쓰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1년 영국의 브리스톨을 중심으로 각자 음악활동을 하던 지오프 버로우(Geoff Barrow)와 베스 기븐스(Beth Gibbons), 아드리안 어틀리(Adrian Utley) 세 사람의 만남은 음악으로 집을 짓듯이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어내며 첫 출발을 하게 된다. 제니스 조플린(Janis Joplin)과 당당히 비교될 만큼 개성 있는 목소리의 베스 기븐스와 복잡한 비트와 소스를 효율적으로 조합해 세련된 텍스쳐를 만들어내는 지오프 버로우, 재즈 기타리스트 출신으로 여러 곡을 만들면서 뼈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아드리안 어틀리의 환상궁합은 브리스톨 사운드 3인방의 후발주자였음에도 단연 돋보인다.
현재의 포티셰드를 있게 한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이나 트릭키(Tricky)가 데뷔 이후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며 명성을 유지해온 반면 1999년 이후 공식적인 활동을 자제했던 포티셰드에게 10년이라는 긴 공백은 치명타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성기 때의 세련된 감각이 여전히 살아있는 이번 작품은 최근에 연이어 복귀한 과거의 유명 밴드들 보다 질적으로 만족할 만 하며 단순한 명맥유지가 아닌 여전히 계속되는 실험정신은 팬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다.
데뷔앨범 하나로 1995년도 머큐리 음악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름 아닌 트립합이라는 장르가 가진 크로스오버의 유연함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느린 BPM의 힙합의 다운 비트와 애시드 재즈의 날카로운 세련됨, 흑인들의 소울과 리듬 앤 블루스의 에너지,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나락으로 떨어질 만큼 늘어지는 자유분방한 비트의 루프는 늘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대중들의 입맛에 부합할 수 있었고 이들의 음악적 소신과 자신감은 이를 증명해 내지 않았던가.
다시 들어보는 포티셰드의 발자취
그로부터 3년 뒤인 1997년 2집 「Portishead」가 발표된다. 1집 때보다 멤버들의 직접 작곡을 하고 녹음을 하는 곡들이 많아졌고 바이닐(Vinyl))로 제작되어 보컬이 주는 무미건조한 황량함을 더 잘 표현해 낼 수 있었다. 싱글인 <Cowboys>, <Over>, <All Mine>(UK차트 8위까지 올라가며 포티셰드의 최고 기록을 경신해 준 곡)들이 연이어 사랑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트립합의 대표주자로 발돋움한다. 이런 성공 뒤에는 멤버들의 오랜 고민이 담겨져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1집의 성공이 너무 컸기에 소포모어 증후군으로 큰 부담을 가졌다고 회고하기도 한다. 이제 세계적인 밴드로 올라서며 미국에서도 21위까지 진입하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게 되며 전성기를 누리게 해준 작품이다. 당시 인기 연예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서는 이 음반에 A랭크를 주면서 ‘마치 외과 의사 같은 날카로운 베스 기븐스의 보컬이 지오프 버로우의 최면에 걸릴 듯 중독성 있는 음악 고기덩어리 조각들을 피한방울도 흘리지 않고 난도질한다’라고 표현할 만큼 탁월했다. 곡 중간 중간에 잡음들을 배치해 구식적인 사운드가 여러 세련된 비트와 어울리면서 다양한 질감을 잘 만들어낸 음반으로 평가 받는다.
이듬해인 1998년에 발표된 「Roseland NYC Live」는 1년 전에 뉴욕의 유명한 공연장인 로즈랜드 벌룸에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 당시의 실황을 담은 앨범이다. 유명 락 밴드와의 조우는 많았지만 프로그래밍된 다양한 비트로 이뤄진 포티셰드의 음악이 과연 라이브에서 효과적으로 재현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35인조의 오케스트라와 해먼드 오르간이 풍기는 묵직함이 만나 전혀 다른 사운드로 탈바꿈했고 베스 기븐스의 숨 넘어갈 듯이 나근나근 젖어 드는 목소리에서 절정을 이룬다. 현재도 판매되고 있는 공연실황 DVD는 음반에서 들을 수 없는 각 멤버들이 히트곡들을 능숙하게 소화해내는 여유로움에서 기존 음반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Third」, 새로운 트립합의 시대를 열어
새로운 음악에 대한 기대감을 만족시키듯 앞의 2분여를 빠른 비트만으로 달리고 나서야 베스 기븐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첫 트랙<Silence>가 지나갔음에도 확실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여전히 이들에게 몸을 흔들 수 있는 댄서블한 음악을 기다리지도 않고(그러고 싶지도 않지만) <We carry on>에서 들려주는 이펙터 강한 기타 톤, 하이 피치 톤으로 시작해 드럼의 킥이 계속 역동적으로 반복되는 <Magic Doors>등 이전 앨범들보다 활기찬 트랙들이 많아졌다. 첫 싱글인 <Machine Gun>은 이렇듯 다소 변화된 포티셰드의 현재의 지향점을 대표한다 할 수 있겠는데 몽환적이고 음산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보강된 멜로디 라인은 다소 미래 지향적이다. 대신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에서 느껴지는 미래 도시의 웅장한 스케일이 아닌 심플하고 모던한 거리 거리의 골목을 연상시키는 소박함도 여전하다. 1집 「Dummy」의 인상적인 곡이었던 <Sour Times>을 떠올리게 하는 <Nylon Smile>등, 트립합이라는 장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에게 ‘이제는 입문할 수 있겠구나’ 할 정도의 친근감과 대중성을 확보했다고 보인다.
몸이 먼저 반응해야 당연한 비트를 이용한 음악이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고 더 듣다 보면 점점 정신이 맑아오고 차분해진다면 이보다 더한 쾌감이 어디 있을까. 이제는 ‘제대로 놀 줄 안다는 사람들’만이 듣는다고 우대받던 유니크급 아이템인 트립합은 모든 사람들이 누릴 수 있을 만큼 저렴한 입장료에 최고의 처방을 내려주는 특효약으로 인기를 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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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트랙스 2008년 5월호에 송고한 글임을 밝혀두며, 이미지와 내용은 실제 인쇄본과 편집/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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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언제나 심도 있는 글 감사드립니다. 포티쉐드 2집, 후후후후. 이상은 7집과 함께 제 정신 세계를 지배하였던....그래서 언제나 오버 그라운드로 올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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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전혀 심도 없어요...ㅜ.ㅜ. 잘 읽어주고 계시니 저야 감사하죠~ ..
포티셰드 이번 앨범이 전작보다 쇼킹하지는 않지만 나름 깊이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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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티셰드 3집이 나왔군요! 세상에 당장 사러 가야겠어요.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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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잘들으세요. 즐겁게 읽고 가셨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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