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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앤 와인(Iron & Wine) “진정한 음악은 소박한 열정에서 시작된다."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이 기타 하나를 들고 노래를 부른다. 언뜻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지만 꽤나 진지하고 깊이 있는 음악을 들려준다. 차분한 어쿠스틱 기타와 맑은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금새 마음이 편해지고 바쁜 세상만사에 대한 고통이 사라지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 기계음에 지치고 자극적인 멜로디와 가사에 피곤한 사람들에게 피로회복제 이상으로 활력소를 줄 수 있는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을 만들어가고 있는 한 가수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영화 촬영 중에 들른 가게에서 발견한 다이어트 보조제의 이름인 "Beef Iron & Wine"에서 착안했다는 아이언 앤 와인의 본명은 샘 빔(Samuel Beam)으로 직접 곡을 쓰고 연주하고 녹음하는 포크 싱어송 라이터다. 순수 미술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마이애미 주립대와 국립미술대학에서 영화이론과 촬영 기법을 가르치는 영화과 교수이면서도 늘 마음속에서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끊이지 않았다. 틈틈이 곡을 쓰고 기타를 연주하며 직접 녹음을 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뿐 아니라 주변의 누구도 유명한 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우연히 친구의 도움으로 데모 테입이 만들어지게 되고 굴지의 독립 레이블 서브 팝(Sub Pop)과 인연을 맺는 행운을 맞게 되면서 그는 이제 샘 빔이 아닌 아이언 앤 와인이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냉혹한 음악시장에 명함을 내밀게 된다.

자연을 노래하는 서정성, 깊은 감동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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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발표된 데뷔앨범 「The Creek Drank the Cradle」은 4트랙 레코더를 이용해 어쿠스틱 기타와 밴조, 슬라이드 기타 등의 간단한 악기들만을 가지고 자신의 홈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다. 낮게 읊조리는 아름다운 보컬과 섬세한 가사의 서정성은 각종 권위 있는 음악잡지에 높은 점수로 소개되며 평단에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게된다. AMG(올뮤직가이드)로부터 2002년도 가장 빛나는 데뷔 앨범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닉 드레이크(Nick Drake)나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and Garfunkel), 닐 영(Neil Young)과 비교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농장을 하는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영향이 컸던 바, 자연 속을 거닐며 느끼는 감수성이 그의 음악 속에 자연스럽게 체득되었기 때문일까. 전문적인 기술이 없는 아마츄어의 무모함은 오히려 신선한 자극으로 주위를 환기시키고 만다. 아직 큰 성공은 아니지만 자신의 음악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는 즐거움은 끊임없는 작업 욕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2년 뒤인 2004년에는 2집 「Our Endless Numbered Days」을 통해 한층 발전된 앨범을 들고 돌아온다. 물론 작곡과 연주 등은 직접 했지만 이제는 브라이언 덱(Brian Deck)이 프로듀서로 참가하게 되고 전문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게 되면서 기존에 부족했던 전문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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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과 교수의 감각을 살려 직접 연출하여 롱 샷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타이틀 곡 <Naked As We Came>, 감미로운 기타 선율의 <Sunset Soon Forgotten>등은 이 앨범의 백미이다(한 두 개의 히트곡으로 연명하지 않고 앨범 전체의 일관된 감수성으로 어필하는 아이언 앤 와인의 작품들에서 몇 곡을 꼽는다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 영화 「인 굿 컴퍼니(In Good Company)」을 위해 이미 2집에 수록되었던 두 곡 이외에 <The Trapeze Swinger>을 새로 만든 것도 이맘때쯤이다.

2집 발표 후 「Woman King」,「In the Reins」등의 몇 장의 EP를 발매하면서 애리조나의 록 밴드 칼렉시코(Calexico)와 함께 한 공동 작업은 그에게 껍질을 벗는 하나의 기폭제가 된다. 멕시코 전통 음악이나 재즈, 록 음악 등의 다양한 요소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그의 음악도 진화해 나간다. 더욱 풍부한 질감과 다양한 리듬을 응용하면서 혼자 곡을 쓸 때의 부족했던 부분들에 새로운 영감을 채울 수 있었던 시기이다. 이전에 포스탈 서비스(The Postal Service)의 미 발표곡인 <Such Great Heights>을 커버하여 녹음해 둔 곡이 여러 광고음악과 영화 「가든 스테이트(Garden State)」에 사용되면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찾기 시작한다.
칼렉시코와의 음악적 교류는 멤버인 폴 니하우스(Paul Niehaus), 조이 번스(Joey Burns), 그리고 재즈 음악가 맷 럭스(Matt Lux)등의 출자에 의해 3집 제작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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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두 장의 앨범이 자신 내면의 이야기였다면 2007년에 발표된 새 앨범 「The Shepherd's Dog」은 조금씩 세상 밖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시도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전작 EP들에서 조금씩 반영되기 시작한 업 템포와 재즈, 록적인 요소들, 더 꽉 찬 공간감은 다소 기존 앨범에 비해 이질적이고 낯설기까지 하지만 <Boy with A Coin>에서 들려주는 간결한 타악기와 어쿠스틱의 반복되는 심플한 멜로디는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시야를 흐리지 않게 무게 중심을 잡아준다. 달라진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그만의 색깔이 살아 있다. 또한 <Innocent Bones>나 <Flightless Bird, American Mouth>에서 들려주는 감미로움은 기존 앨범에서 느꼈던 차분한 여운이 이어져 한층 성장한 아이언 앤 와인을 만나게 된다. 2007년도의 베스트 음반에 포함될 수 밖에 없는 필수요소가 가득한 트랙들. 그 동안 외로이 먼 길을 돌아온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꽃을 피우는 순간이다.  

유행과 상업성에 얽매이지 않고 꾸준하게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하는 몇 안 되는 현대의 음악 시장에서 이런 괜찮은 아티스트가 서브 팝을 만난 것은 단순하게 보면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시대적인 필요에 의한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 강한 자극에 의해서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현대인들에게 뒤를 돌아보게 만들고 각박한 아스팔트보다는 녹색의 자연과 푸른 하늘을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여유를 선물해 준 아이언 앤 와인은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어떤 정치적인 목적이나 개인적인 명예욕을 위한 사명감이 아닌 자연스러운 취지에서 우러나는 감동은 사람들을 미소 짓게 만들고 따뜻하게 바꿔나갈 것이다.
기타 하나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음유시인. 각종 미사여구를 붙여 설명하는 것보다 한 장의 CD를 건네주는 것이 더 정확하게 그를 알게 하는 방법이라 여겨진다. 바쁜 하루 일과에서 이 3장의 소박하고 순수한 선율이 담긴 음반을 통해 신과 자연, 그리고 그 속에 속한 인간의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더 활기차게 앞으로 매진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겠다.

덧붙여. 음악 팬들에게 좋은 희소식 한가지. 아이언 앤 와인이 속한 서브 팝의 쟁쟁한 아티스트들의 음반이 국내에 정식 발매된다. 인디 아티스트들의 발굴과 지원에 힘쓰며 독자적인 색채를 유지해 온 서브 팝(Sub Pop)의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작품들이 "Sub Pop is now"라는 캠페인으로 국내의 비트볼 뮤직에 의해 다양한 카달로그가 선보여 질 예정이다. 4월의 아이언 앤 와인을 시작으로 6월에는 씨에스에스(CSS)의 「Off The Hook」, 포스탈 서비스(The Postal Service)의 「Against All Odds」, 더 신즈(The Shins)의 「Wincing the Night Away」등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______* *______
** 핫트랙스 2008년 5월호에 송고한 글임을 밝혀두며, 이미지와 내용은 실제 인쇄본과 편집/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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